줄리아하트와 바비가 브로콜리너마저의 덕원만큼만 노래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물론 서로의 맛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줄리아하트가 소녀감성에 가깝다면, 브로콜리는 좀더 솔직담백하달까. 브로콜리 멤버중 줄리아하트의 열혈팬이 있다는 얘길 듣고 인디음악계에도 무언가 선순환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바비 정은 언제쯤 돌아오려나.









1집 (가벼운 숨결) [재발매]롤러코스터 5집 - Triangle

Life is Random. 인생은 제비뽑기라고 했던가. 가끔 아이팟의 셔플 선곡 능력은 놀라운 신공을 보여준다. 제목은 다르지만 같은 맥락의 다른 가수의 다른 곡 선곡 하기.

아- 불러보아도 대답이 없구나
아- 웃어보아도 눈물이구나
차가운 바람이 내 사랑을 데리고 떠나가네
아 그리워라 내 님의 향기가

불러보아요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를
아 그리워라 고운 님의 노래

- 롤러코스터, 님의노래

아코디언과 마치 군가와 흡사한 리듬의 복고적인 롤러코스터에 비해 줄리아하트의 노래는 제목과 같은 투명한 오르골 소리로 시작된다.

이석원과 정대욱의 인터뷰에서 정대욱은 "김소월이 대단한 시인이라는 게 대부분의 시를 아기들이 처음 말을 배울 때 쓰는 단어로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라고 한적이 있다. 쉬운 단어들로 시를 짓고, 단순한 몇 가지의 기본 코드로만 곡을 쓰고. 정말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는 작업들.

그러나 자다 깨면,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없이 잃어 버려요
들으면 듣는 대로, 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 없이, 없이 잊고 말아요

- Juliahart, 오르골

다음은 향뮤직에 있는 바비 정의 앨범곡 소개
"김소월 시집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송골매 노래 "세상모르고 살았노라"의 가사가 나오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시를 가사로 쓴 것이었다. 오호 그렇구나 나도 한번? 하고 즉석에서 만들어본 곡이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김소월, 진달래꽃

오랫만에 이 시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정제되고 절제된 것들이 더욱더 은은하고 오랜시간 지속되는 향기를 지닌다.








내가 군대를 가기 얼마전쯤 1집이 발매되었었고, 향에서 CD를 사들고 좋아라 듣던 기억이 난다. 주변 몇몇 지인들에게 CD도 빌려주고 구매도 하게 만들었던 기억도 있고. 그러던중 입대후에 우연히도 군 인트라넷 음악동아리 게시판에서 바비정의 글들을 보았다. (바비정뿐만 아니라 와니와 전 드러머 안태준씨도 있었다.) 지금 2년도 넘은 지금 딱히 기억나는 글은 없지만, 위트 넘치고 재밌던 글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된다. 과연 곡의 마무리를 어떤식으로 해서 끝낼 것인가 하는 얘기는 기억이 난다. 짠짠 짠~ 하고 끝내던가, 혹은 반복되며 페이드 인 이라던가.

이번 앨범은 줄밴3집이라기 보다는 모두 나간뒤 홀로 남은 바비정의 솔로 프로젝트. 이능룡군마져 탈퇴해 버린 언니네이발관의 이석원이 객원보컬로 참여 한것이 좀 의미심장해 보이기도 한다. 둘은 다시 재회하는가. Pentaport에서 언니네 세션에 바비정도 같이 나가는 것으로 되어 있고. 이석원이 참여한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가사와 걸맞게 구슬픈 목소리에 그에게 참 잘 어울린다.

앨범전체는 소녀의 감성. 어쩌면 소녀보다 더 소녀스럽다고 해야 할까. 정석원과 비교해 보면 바비정은 감성, 정석원은 심리묘사 수준이라고 할까. 줄밴 앨범을 들으며 느끼는 바비정의 감수성이나 그가 쓴 가사와 목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군대에서 보던 그의 텍스트가 생각나곤 한다. 어울리지 못할 것 같은 것들의 묘한 공존.
줄리아 하트 (Julia Hart) 3집 -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